ⓒ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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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꽃가루처럼 나부끼는 털, 축축하게 젖은 까만 코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파랗게 물든 숲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어 웃을 때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과의 마지막 순간은 언제나 가슴 저미는 아픔을 동반한다. 더구나 현행법에 따른 반려동물의 장례와 사체 처리 방식은 이 슬픈 이별에 더 묵직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명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이 문제는 현대사회의 반려동물 장례 문화와 그 인식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김포시 외곽지역에는 올바른 반려동물 장례문화 증진을 위해 1999년 설립되어 운영 중인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있다. 최근 이곳이 건축사사무소 아키리에에 의해 새롭게 리모델링되면서, 보호자와 반려동물이 의미 있는 이별을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탈바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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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각 실로 출입하는 동선은 출입문이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이곳이 사적인 공간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정적이고 간결한 형태를 통해 출입문의 선과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감추는 역할을 한다. 건물을 지지하는 철골 기둥은 최소한의 면 처리와 투명유리로 마감해 기존의 모습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익숙한 듯 새로운 이 기둥은 국내 반려동물 장묘업의 효시인 역사적인 건물의 명맥을 잇고 있다.

 

옥상 정원은 나무껍질을 잘게 부순 마감재를 사용해 조성되었다. 이 재료는 배수와 통기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경량감으로 기존 건물의 하중을 가볍게 유지한다. 걷는 동안 느껴지는 푹신한 촉감은 보호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며, 산자락의 풍경과 어우러지며 서로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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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피의 구성 역시 '나누기' 콘셉트가 그대로 투영되었다. 내부가 기능과 효율성에 근거했다면, 외부는 오로지 의도된 비율을 단서로 정교하게 나누어진다. 높낮이를 달리하며 이식된 식재들과 면과 면을 가르는 창호, 주변 자연이 그대로 투영된 듯한 타일이 서로 얽혀있어 마치 여러 겹의 레이어가 포개져 있는 느낌을 준다.

 

이곳은 이해와 위로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재회를 기약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선물같은 장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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